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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1 - 할머니텅빈... 와인통/┏ 잡담¡마음가는.. 2020. 8. 24. 17:58
큰 길가에서 골목길을 끼고 들어오면 큰 버드나무가 위로 뻗은 옅은 색의 두꺼운 나무 대문이 보인다. 대부분 철문으로 대문을 하던 시절,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나무 대문 집으로 통했었다. 자다 일어나서 잠옷 차림으로 이웃집에 놀러 가도 흉이 아니었던 유년시절까지의 기억을 함께한 그 집에서 우리 가족은 늘 대가족이었다. 군복을 입은 막내 삼촌이 있었던 때가 있었고, 데이트까지 쫓아다녔던, 시집가기 전의 이모가 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몇 주, 혹은 몇 달씩 와 계시던 친할머니가 계셨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가늘고 긴 머리를 정성껏 빗어 쪽진 머리를 하시고 불편한 몸으로도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으시려 애썼던 분이셨다. 내게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아침 일찍 빗질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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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Buenos Aires, diciembre de 1989)텅빈... 와인통/┏ 잡담¡마음가는.. 2020. 8. 17. 09:38
아침 일찍 아이가 화장실 문을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머리에 손가락 빗질을 하며 일어나 냉장고에서 요거트와 과일을 꺼내 밤샘 공부를 했을 아이의 아침을 준비한다. 등교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아이와 나 사이에는 아침마다 반복되는 실랑이가 기다리고 있다. 안먹는다는 아이와 어떻게든 먹이려는 나. 신을 신고 문을 나서려는 아이를 잡아 억지로 요거트라도 마시게 하고 나가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시험 잘 보고 오라고 안아준다. 아이는 이번주 내내 학기 마지막 시험기간이라 계속 몇시간 못자면서 서툴고 익숙치 않은 언어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의 학교 생활이 적응하기도 힘든게 많을텐데 꾸역꾸역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든든하고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우리 가족이 벌써 두번째 한여름의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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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 (La habitacion) 2015텅빈... 와인통/┣ about Moviez! 2016. 4. 10. 10:33
처음 시작부터가 아주 그야말로 당찬 아이의 나레이션이라는 부분에서 이 영화의 시선이 보입니다.겨우 4살, 5살을 앞 둔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이 영화는,호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 유명세를 탔던 이 영화였던 만큼뻔하디 뻔한 흐름으로 갈까, 우려했었지만, 조금은 뻔하다 할 수 있어도 충분히 커버가능할 만큼 관객과의 소통에서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한 17살짜리 여자 아이의 실종, 그리고 7년이 넘는 세월...아버지와 어머니, 딸의 실종 이후 그 가정이 망가졌음은 상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그 후 세간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모든 과정 역시 상상은 가능했지만,우리네와는 다른 점들이 조금 보입니다.가령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하는 질문들의 포인트의 차이라든지...그 아버지가 잭을 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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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rl Button (진주버튼) -스포포함-텅빈... 와인통/┣ about Moviez! 2016. 4. 10. 09:50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써봅니다. 우리나라 반대 쪽, 칠레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진주버튼이라고 하는 제목 때문에,사람들이 진주버튼(사실은 진주버튼이 아니라 조개단추? 혹은 자개단추라고 해야 맞는데 왜 진주단추라는제목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l Boton de nacar는 자개단추이기 때문에...)을 채취하는 과정을담은 다큐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 봤을 때는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이 다큐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모두가 아는 역사 이야기이지만, 조금, 아주 조금 다른 시선으로,물(바다)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중남미, 아니 미주 대륙 자체가 유럽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해서 콜롬부스 데이가 있을 정도이지만,언젠가 영화로도 나왔을 정도로 사실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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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오랫동안...텅빈... 와인통/┏ 잡담¡마음가는.. 2015. 8. 24. 00:00
그래도 티토는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상의 변화라는게 이런거구나. 일을 시작하고, 우리 이쁜, 이쁘디 이쁜, 너무 그리운 쪼꼬가 왔다 간 흔적이 여긴 없다니... 마음이 에린다. 한 번만이라도 더, 아니 더 솔직히 난 다시 안고 싶은 아이인데, 다시는 내 품에 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는다. 내가 대체 뭔 짓을 한건가 싶어서 아무리 울어봐도 우리 쪼꼬는 나에게서 멀리 갔다는 걸, 난 믿고 싶지 않다. 그저 매일 울고 또 울면서 불러보고 그리워하면서 한없이 사진을 보고, 네가 있는 곳에 가서 널 불러보고... 거기에 내 마음을 통으로 두고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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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찰나의 순간들텅빈... 와인통 2011. 12. 27. 23:49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그저 찍어대는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여행 컨셉이 좋았었는데, 무엇보다도 2만여마리의 가창오리. 만약 내가 한국이었다면 당장 가창으로 가서 며칠이고 보고 또 보고 싶을 만큼의 장관이었을 것 같다. 카메라에 다 담아내지 못했을 그 장관을 생각하면서 너무나 가보고 싶어졌다. 운해를 찍으러 가서 더 멋있는 설경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 것도 그렇고... 갈매기의 이륙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순간 역시 욕심날 만큼 멋졌다. 개인적으로는 팀레이스나 팀플레이를 선호하고 개인전은 별로 재미없어 하는 편이라 지지난주 방송 첫부분에서 에이... 했었는데, 방송의 재미여부를 떠나서 이번주 컨텐츠는 시청자들의 눈을 순간순간 아주 즐겁게 해주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물론 중간 중간에 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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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버라이어티 - 나가수 다음 탈락 예상자텅빈... 와인통 2011. 12. 27. 23:37
아마도 박완규씨 아니면 자우림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늘 그렇듯이 나가수는 편집과정에서 다음 탈락자를 예상할 수 있게끔 해준다. 특히나 이번처럼 명예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무대를 꾸며야 하는 가수가 있을 경우에는 특히나 더. 지난 번 장혜진씨의 경우에도 장혜진씨가 탈락으로 명예졸업이라는 타이틀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게 해줬었는데... 고해가 원작곡가로부터 항의성 글이 올라옴과 동시에 부르지 말아 달라는 요청까지 한 마당에 박완규씨는 일주일 안에 다른 곡을 준비해야 할테고, 방송에서 너무 박완규씨의 시니컬한 모습이 부각시켜준 탓에 (분명 다른 가수들의 곡을 들을 때의 전체 샷에서의 박완규씨는 전혀 시니컬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듣고 있을 때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방송에서는 그의 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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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른건 결국 나텅빈... 와인통 2011. 6. 16. 22:25
자식이 생기고, 비로서 철이 든다고 하지만, 아이와 함께 인성교육을 받을 수는 없는 거잖아. 누가 맞고 틀렸었고를 따지기 이전에 내 모습을 어떠했었나를 깨달아가는게 맞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아직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윗사람으로서 스스로가 얼마나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아직도 그러한지, 다른 사람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여된 사람이라는건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거도 내 욕심이겠지 그래, 바로 이런 생각 자체가 아직 나도 한참 모자른,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증거겠지. 결국 거기서 거기일테니까... 모자른건 결국 나... 블루와인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