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보는 내내 제게 생각하게 해주던 부분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칠 것입니다. 혼자 정리해뒀던 글을 옮긴 것이라 긴 글에-0- 스크롤 압박이 상당하니 미리 피해가실 분들은 피하세요~ 햐햐)
정이 많은... 그래서 유유부단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 분명 열정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에 익숙치 않은 남자. 평범한 가정을 꿈꾸는 것이 소박하다고 착각하던 남자.
호기심 투성이에, 웃는 모습이 가슴 저리도록 시린 아이.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조차 죽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아이. 끊임없이 나를 돌아봐달라고...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아이.
1화도 채 다 보기 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보기보다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에 제대로 빠져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굳이 그럴려고 작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요즘에 와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하지 않은 환경과 감정들에 생각의 가늠자를 대고 판단하기 보다는 편하게 보면서, 그런 평범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꾸며나가는 사랑이 노지마 신지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주더군요^^
처음 장면부터 쉽게 알 수 있는 사랑은, 새로 부임해오는 선생을 향한 학생의 동경. 아무 조건없이 처음 만남에서 자신을 믿어주었던 하무라선생님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하면서 연약한 웃음을 활짝 띄우던 니노미야 마유.
" 이제, 저를 피하지 마세요, 착한 아이로 있을테니..."
"... 선생님이 쓴 논문 읽어 보았어요. ...저라면 선생님의 보조를 잘할 수 있어요."
" 그 사람은 선생님에게 필요해요? ...저는..저는... 무엇을 하면 돼요? ...제겐 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나요?"
하무라선생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옆에 없으면 허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마유가 표현하는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나만을 위해서였다면 하지 못했을 용기와 힘까지 낼 수 있는 감정. 악발스럽다고 할 수 있을만큼의 모든 힘을 한 사람을 위해 표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하는 노력에는 어떤 것이 포함될 수 있을까요? 사랑을 얻기위함에는 노력보다는 감정, 느낌에 더 충실해야 하겠지만, 지키기 위함에는 분명 노력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본능은 우리에게 무어라고 대답해줄 수 있을까요?
착한 아이로 있을테니 피하지 말라는 마유의 말 속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무라 선생에게만큼은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또 다른 생활. 자신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 절대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던 마유의, 숨길 수 없는 모습을 버리고 싶어하는 울부짖음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착한 아이와는 거리가 멀어져버린, 한 여자아이의 고통이 배어나는 듯한 목소리.
남녀간의 애정에 대해서도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마련해주는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니노미야 마유는 부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2년전에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 역시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 조각가로, 마유에게 "나는 네가 전부이다" 라고 망설임없이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마유의 아버지의 목소리와 손짓...에서조차도 쉽게, 끈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유의 얼굴은 집에 들어서면서 바로 어두운 잿빛으로 변합니다.
12살의 어린 나이부터 평범하지 못한 경험을 계속 해와야 했던 여자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증오했었다고 말합니다.
평범함... 애정등과는 이미 거리가 먼 아이가 되어 성장이라는 가파른 길을 가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착한아이가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렇지만 도와달라고 끊임없이 외쳤어야 할 정도로, 제발 선생님 만큼은 몰랐으면 했던 또 하나의 모습. 거기엔 그녀의 아버지가 연출하는, 인정할 수 없는 욕정이 있습니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은 또 다른 형태의 사랑과 함께 교사가 학생을 탐하는 모습과 오버랩 됩니다.
현대 여성들의 가치관에 식상했다는 표현을 쉽게 하는, 잘못된 자신의 성개념에 몇몇 소수를 포함시킴으로서 일으킬 수 있는 커다란 실수! 사랑 받아본 기억이 없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정말로 사랑하건만, 어쩌면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깊은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후지무라선생과 그를 동경하던 여고생 아이자와 또 스스로 위축된 모습으로 선생이라는 자리와 학생이라는 위치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대던 신죠선생. 그 세 사람을 서로 이어주던 끈은 어쩌면 다 사랑이라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인연이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마음 속으로 원한 것은 결국 다 사랑이 아닐까요?
한번 와이프가 곁을 떠나버린 기억과 함께, 사랑하는 아들의 다리가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사는 신조 선생과 자해를 하면서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세뇌시키고 싶어하고,
또 받아들여줄 만한 대상을 찾아 집착에 집착을 하던 후지무라 선생은, 결국 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캐치못하는 어리석으면서도 그렇기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무라선생의 형, 고향이 시골인 하무라선생은 부모님이 시골에 계시고, 그 시골집에서 뒷바라지해 준 덕분에 대학원까지 마쳤는데, 타카오가 훌륭한 학자가 되겠다고 해서 뒷바라지를 했다고 형은 말합니다.
그러한 형에게 하무라선생은 사실은 형이 지니지 못한 것을 가진 나에 대한 열등의식이 아니었냐고 대듭니다.
아무리 형제라 해도 조금 더 뛰어난 사람이 있고 조금 덜 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위환경은 그 두사람에게 같은 여건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욕심을 부려서 각자가 가질 수 있는 만큼을 움켜줘야할 뿐.
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으로서 태어나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그런 인연의 고리인 것입니다. 누가 잘나서 조금 더 가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말 못나서 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닌, 그저 핏줄로 이어져 있는 형제이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고, 그만큼의 안타까움 역시 배어있는, 그러한 관계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 대학원을 마치기까지의 시간을 그 두 형제는 충분이 떨어져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동생에게 형은 도덕군자 같은 바른생활의 룰을 이야기하면서 감정해소를 합니다.
어차피 그 두 형제는 서로가 가고 있는 길도 다르고, 보내온 시간들이 이미 제각각인지라,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사이라는걸 미쳐 깨닫지 못하는 형의 동생을 향한 훈계는 왠지 잘 못 비껴나간, 대상이 사라져버려 메아리가 되버린 울림처럼 가슴을 후비더군요.
어쩌면... 드라마 부분부분에서 나오는 노래소리는 그들이 그리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들이 사회에 비판을 받아야만 마땅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