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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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Buenos Aires, diciembre de 1989)텅빈... 와인통/┏ 잡담¡마음가는.. 2020. 8. 17. 09:38
아침 일찍 아이가 화장실 문을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머리에 손가락 빗질을 하며 일어나 냉장고에서 요거트와 과일을 꺼내 밤샘 공부를 했을 아이의 아침을 준비한다. 등교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아이와 나 사이에는 아침마다 반복되는 실랑이가 기다리고 있다. 안먹는다는 아이와 어떻게든 먹이려는 나. 신을 신고 문을 나서려는 아이를 잡아 억지로 요거트라도 마시게 하고 나가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시험 잘 보고 오라고 안아준다. 아이는 이번주 내내 학기 마지막 시험기간이라 계속 몇시간 못자면서 서툴고 익숙치 않은 언어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의 학교 생활이 적응하기도 힘든게 많을텐데 꾸역꾸역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든든하고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우리 가족이 벌써 두번째 한여름의 크리스..